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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나는 '이 냄새'...당뇨·신장 질환의 신호?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체취를 지닌다. 이는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생활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되며,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은은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체취가 갑작스럽게 감지된다면, 이를 단순한 위생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체취의 변화가 대사 질환이나 감염과 같은 신체 내부 이상을 암시하는 조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는 "체취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라면서 "의심스러운 체취 변화가 계속된다면 자가 판단만으로 넘기지 말고, 의료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할 것을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로부터 몸 냄새와 질병 신호 간의 연관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달콤하거나 독한 냄새 난다면...당뇨·신장 이상 의심해야
체취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냄새를 의미한다. 주로 땀, 피부, 호흡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데, 위생 관리가 잘 이뤄지고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인식될 정도의 냄새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체취 역시 뚜렷한 변화를 보일 수 있다. 특히 당뇨병, 신장 질환 등 대사성 질환이 있는 경우, 평소와 다른 독특한 냄새가 감지되기도 한다.
신현영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입에서 달콤한 과일이나 아세톤 같은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라면서 "이는 혈액이나 소변 내 '케톤(ketone)'과 같은 특정 산의 수치가 높은 당뇨병성 케톤산증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주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잘 나타나며, 인슐린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인슐린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체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대신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혈액이 산성화되고, 그 부산물이 호흡을 통해 배출되면서 특유의 아세톤 냄새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몸에서 암모니아 냄새나 소변과 유사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신 교수는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노폐물이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누적되는데, 그 결과 냄새로도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만성 신부전이나 요독증과 같은 질환이 진행되면 체내 요소(urea)가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성분이 땀과 타액을 통해 배출되며, 독특하고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갑상선·여성 호르몬 변화, 체취 강하게 만들 수 있어
호르몬이 변하면 몸에서 나는 냄새도 달라질 수 있다. 신 교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는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체취가 강해질 수 있다"라면서 "이는 대사 속도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라고 전했다.
갑상선 호르몬은 대사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로, 과잉 분비 시 체온 상승과 땀 분비 증가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피부 표면의 세균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뚜렷한 체취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심박수 증가, 불안감, 신경과민 등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에게 흔한 증상은 긴장성 땀을 유발하는데, 이 땀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더 강한 냄새를 일으킨다.
여성호르몬의 주기적 변화 또한 체취에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신 교수는 "생리주기나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라면서 "특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배란 후에는 프로게스테론 수치 상승으로 땀과 피지 분비가 늘어 체취가 진해지고, 에스트로겐이 높은 시기에는 피부 ph가 안정돼 냄새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임신 중에도 호르몬 변화와 대사 증가, 체온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세균·바이러스 감염도 체취에 영향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에도 체취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신현영 교수는 "예를 들어 결핵 환자의 경우, 숨이나 피부에서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체내에서 생성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때문인데, 이러한 대사산물은 체외로 배출되며 체취로 감지된다.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감염된 부위의 염증이나 분비물에 의해 불쾌한 체취가 발생하게 된다. 염증이 생긴 조직은 열, 통증, 부기, 화농 등을 동반며, 그 과정에서 부패에 가까운 냄새가 난다. 예를 들어 헤르페스나 인후염과 같은 구강 내 바이러스 감염은 염증 반응과 분비물, 세균 증식으로 인해 지속적인 입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피부 감염의 경우에는 염증 부위에서 고름과 각질, 땀이 섞이면서 시큼하거나 고약한 체취가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등으로 발생하는 장염·위염이 심할 경우, 트림이나 입 냄새에서 썩은 계란 같은 황화수소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음식·약물·스트레스...체취 변화의 숨은 요인
이외에도 체취는 음식, 약물,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마늘, 양파, 카레처럼 향이 강한 음식은 체내에서 휘발성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 성분은 소화 과정을 거쳐 땀이나 호흡으로 배출되면서 체취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 외에도 체취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약물 복용이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있다. 신현영 교수는 "항생제나 항우울제는 체취를 변화시키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땀도 더 강한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항생제는 체내 대사산물의 냄새를 바꾸거나, 장내 세균총을 교란시켜 구강 및 피부 냄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우울제나 향정신성 약물은 땀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뇌의 자율신경 조절에 영향을 주어, 땀의 양과 조성 모두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화되는 아포크린 땀샘은 일반적인 운동 땀과 달리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더 많이 포함된 땀을 분비하는데, 이 땀이 피부의 세균과 만나면서 더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를 발생시킨다. 특히 면접, 발표, 시험 등 긴장 상황에서는 이런 냄새가 두드러진다. 단,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반드시 이러한 냄새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체취 달라졌다면, 내과적 진단으로 원인 확인해야
이처럼 체취는 건강 이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체취 변화가 느껴진다면, 혈당·신장 기능 등을 확인하는 기본 혈액 검사뿐 아니라, 소변·호흡 가스·피부 분비물 검사 등 다양한 내과적 진단을 통해 관련 질환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체취의 원인이 내과적 질환이라면 무엇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우선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이 진단되면, 혈당 조절이나 신장 기능 회복을 위한 약물 치료 및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체취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식습관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가 기본이다. 휘발성 화합물이 많은 음식은 체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섭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는 체취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 심호흡 같은 방법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하루 1~2회 규칙적으로 샤워하면서 겨드랑이, 사타구니, 발 등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세정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의 옷을 착용하고, 신발은 하루 이상 말려가며 번갈아 사용하는 습관도 냄새 예방에 도움이 된다.